환갑 부모님과 스페인 자유여행 <걸어서 환장속으로>를 마치며, 작가의 편지

아니, 이상한 사람들 아닙니까? 비쥬얼부터 정보도 쏘쏘고 기똥찬 사도 딱히 없는 남의 집 여행기를… 이 처음 이 여행기를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제 감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부모님과의, 혹은 자식과의 자유여행을 경험해본 분들이 하나둘씩 남 일 같지 않다고 봐주시고, 혹은 여행과는 직접연관이 없더라도 저거 완전 우리집 얘기 아니냐! 하고 요리요리 붙으면서 지금의 대환장파티원이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다 쓴 저도 저지만 그걸 다 읽고 이것까지 읽고 계신 당신도 대단합니다. 우리 모두 환장파티 대성공 치얼쓰!

처음 여행기를 써야겠다 생각한 것은 앞으로 엄마 아빠와의 이런 기회가 살면서 또 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는 일이요. 하필 하고 있는 일이 방송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감정 담긴 글 작업을 하면서 또 한 켠을 쪼개서 틈틈이 쓰는 일이 버거울 때도 많았습니다. 나란 인간 왜이리 게을러터졌는가, 금요일 연재면 월화수목 조금씩 쪼개서 써두면 될텐데 왜 금요일 오후에 노트북을 붙잡고 일벌인 내 손모가지를 치고 싶은가 얼마나 생각했나 몰라요. 가족 이야기를 쓰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충 찍찍 써서 사진만 와르르 올리고 싶지도 않았고, 혹시나 피곤에 밀려 적어낸 말이 엄마 아빠한테 잘못 닿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는 인천공항으로, 저저번주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연재글의 일부인 <부모님과의 자유여행을 꿈꾸는 이 시대 자식들이 알아야 할 11가지>가 인터넷에서 주목도 받고,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 혹은 자유여행은 안 했더라도 소름끼치도록 우리집 엄빠와 비슷한 저희 부모님을 보면서 소소하게 즐거워해주신 분들이 많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얻게 되어 내내 행복했습니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제 여행기보다 더 귀중한 이야기를 한바닥씩 꽉꽉 채워서 풀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나중에는 연재보다 이 이야기를 듣는 독자가 되는 것이 훨씬 즐거워서 이 여정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비밀댓글들이라 내용은 가렸어요)

 

저는 글을 파는 사람인데도 누군가의 좋은 글을 보고서 직접 감사인사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원래 나쁜 감상을 가졌을 때 악플 달리기가 더 쉽고, 긍정적인 감상일 때는 그저 바라만 보고 간직하는 패턴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굳이 댓글이나 그런 것이 달리지 않더라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꾸준히 봐준다는 것이 글쓰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재는 유난히 좋은 글을 많이 받았어요. 스페인 한복판에서 헤매면서 느꼈던 그 날의 저를 보시고 자기 얘기, 자기 친척 언니 얘기까지 와르르 꺼내가면서 잘 했다고,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마드리드 숙소에서 엄마와 마음아픈 이야기를 나눈 편에서는 ‘이 얘기를 내가 이렇게 쉽게 들어도 되나’ 싶을만큼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안 사이처럼 들려주셔서 댓글 보면서 눈물도 나고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다들 각자의 삶에 대해서도 그리고 일면식 없는 작가인 저에게도 어떻게 그렇게들 따뜻하신 거예요? 끄적끄적 써내려가는 일기장 덕분에 저는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자식들과 부모님 이야기를 많이 선물받았어요. 특히 치열하게 사는 우리 딸들, 얘기 들어보면 저보다 더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쏟으시면서도 맨날 댓글에 후회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분들을 보면서 진짜 많이 감동을 받았어요. 원고료나 인세 같은 것으로 계산할 수 없는, 삶에서 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좋은 말들이 스폰서가 되어서 바쁜 시간 쪼개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조용히 끝까지 지켜봐준 분들도, 좋아요 공유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모두 정말로 감사합니다. 글이 가진 한계가 새삼 답답할 정도로 정말로 감사해요. 지칠 때 하나 하나 간간히 읽을테니 제발 지우지마세요. (ㅋㅋㅋ)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엄마와 아빠.

 

저희 엄마는 평소 사진 100장을 찍으면 이건 앞머리가 이상해, 이건 입모양이 별로다 하시면서 지우자 하시는 섬세한 분이고, 엄마가 했던 이야기를 나중에 다시 하게 될 때 작은 뉘앙스도 다르게 전달될까 걱정하는 배려심 넘치는 분이에요. 아빠도 마찬가지고요. 평생을 남한테 불필요한 주목받는 것 없이 그저 뒤에서 든든히 지켜봐주시는 게 제일 속 편한 그런 분입니다. 그런 부모님에게 순전히 저의 입장에서, 저의 시선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여행기가 편했을 리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방송을 위해서 출연자 인터뷰를 녹취했다가 그대로 받아적어서 토크에 참고할 대본에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조사도 안 틀리고 그대로 받아적었는데도 ‘작가님 저 이렇게 말 안 했는데요’ 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 분이 이상한 게 아니라 원래 말이란 건 그래요.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텍스트로 남겨지는 나의 이야기가 100% 성에 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두 분 모두 단 한 번도 제가 쓴 이야기를 수정해달라고 하거나 사진을 내려달라거나 왜 니 마음대로 적느냐고 하신 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 아빠는 쿨함과는 솔직히 거리가 멀고 (또 지 마음대로 쓴다…) 다른 사람 눈치도 많이 보는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예요. 그래서 저는 연재하는 내내 조용히 제가 쓰는 글을 내버려둔 것에 엄마 아빠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아마 매주 잠이 안 왔을지도 몰라요. 세상 지 기준으로 휘갈겨가지고, 지랑 입장 비슷한 딸들끼리 막 댓글로 짝짝꿍 잘 맞고 말이야, 남의 집 엄마아빠까지 아이고 따님 고생하셨다고 한 마디씩 하고 말이야… 신났네 신났어, 아주 작가가 벼슬이야! 얼마나 복장이 터지셨을 거예요. 그런데도 항상 덕분에 매주 다시 여행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고, 새삼 다시한번 우리 딸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주고, 글 쓰는 게 직업인 딸 둔 것이 업보인 것마냥 따뜻하게 참아주고 이해해준 엄마 아빠에게 참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 미안한 마음을 담아 에필로그 다음편은 엄마 아빠의 대환장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어요.)

여행기를 올리면서 알게 된 것이, 저는 제가 힘든 것처럼 적었지만 엄마 아빠는 사진 속에서 그래도 항상 웃고 있더라고요. 일정이 뒤로 갈수록 눈 밑이 퀭해지고(ㅋㅋㅋ) 피곤이 온 얼굴을 뒤덮는데도 제 카메라를 향할 때는 쥐어짜내서라도 웃어주었어요. 반면에 엄마 아빠가 찍은 저는 항상 스마트폰 보고 있고, 인상쓰고, 피곤해하고… 만약 여행만 다녀왔더라면, 이 이야기를 다시 복기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거예요. 두 사람에게 몸도 마음도 쉽지 않았을 여행인데 언제나 노력하고 웃어주어서 고맙고, 그런 엄마 아빠의 노력만큼 항상 즐거운 모습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요. 그 사진들 속의 저와 동행했다면 저라도 어디 무서워서 말 한 마디 못 했을 것 같아요. 여행 좀 했다고 유세 오지고, 성질머리 있는 막내딸과 함께 드럽고 치사해도 웃으며 동행해준 엄마 아빠 덕에 실현된 꿈같은 여행이었어요. 엄마 아빠 진짜로 고마워. 앞으로 웃는 연습 좀 더 하면서 살게!

함께 읽어준 분들에게도 새삼 다시 한 번 고마운 것이, 가족끼리 일어나는 감정적인 일들은 남들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여행기 중간에 저 나름대로는 용기를 내서 적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 에피소드만큼은 가족단톡방에 올렸다고 얘기도 못 했고, 저조차도 그 남들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던 일이라 제 심정을 늘어놓는답시고 그런 이야기를 적어도 되나 하면서 썼어요. 그런데 댓글에 ‘우리도 그렇다, 다들 그런 상처들을 갖고 산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적어주셨어요. 그리고 이후 단톡 대신 갠톡으로 조용히 고맙다는 가족의 인사도 받았어요. 저의 글 뿐만 아니라 저희 집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분들의 말이 엄마 아빠에게 힘이 된 것 같았어요. 이래저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2년이 넘은 지금, 엄마 아빠는 에어비앤비로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받았던 호스트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명받아 독립한 제 방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계세요. 저도 운영을 돕고 있고요. 나름 슈퍼호스트입니다! 평범한 집에 집나간 딸 방 한 칸이고 삐까뻔쩍한 위치도 시설도 아니지만 여행 중에 배운 호스트들의 친절을 또다른 여행자들에게 나누려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따뜻하게 알아준 덕분이에요. 생계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풀타임으로 운영하지 않지만 엄마 아빠가 자유여행의 설렘을 이렇게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저로서는 보기좋고 기쁜 일이에요.

저는 제 자리로 돌아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들어요. 최근에는 여행 관련된 영상을 많이 만들다가 지금은 다른 여행지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가리가이드’라고 여행기에서 공개저격했던, 여행경비를 공동으로 대고서도 조카 키우느라 함께하지 못했던 언니는 얼마 전 조카2호가 탄생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바르셀로나 유니폼 선물받았던 귀요미 조카 1호는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을 열심히 보더니 요즘 노르웨이를 그렇게 가고 싶어해요. “나중에 튼튼이 엄마랑 자유여행 가~” 하고 토닥토닥 안아주었어요. 이 개고생 나만 할 수 없지 조카야 대를 이어 같이하자… 너를 위해 니네 엄마는 스페인여행을 못 갔거든. 우리 존재 화이팅! (그리고 아가리가이드 언니한테 진짜 많이 고마워요. 같이 가지 못한 게 두고 두고 슬프지만 얼른 조카의 자립심을 키워 우리 둘이서라도 놀러갑시다!)

 

처음으로 제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게 되어서 (언제나처럼)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참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근성 진짜 장난 아니네요.(ㅋㅋㅋ) 오늘 하루도 재미있고 즐겁게 보내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

 

 

20180413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곽민지 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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